수려하고 아름다운 한국식 판타지
몇년 전,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신의 태궁'이라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체의 도전만화가 올라왔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그림체와 신의 아이를 낳아 길러 세상에 내보내고, 그 아이들은 무당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에 끌려서 보게 된 만화.
정말 굉장히 재미있게 보던 도전만화였는데, 작가님의 개인 사정으로 중단되어 아쉬웠어요.
그리고 마침내 8년이나 지난 후 카카오웹툰에 정식으로 런칭되었습니다. 보자마자 너무 기뻐서 바로 정독했던 기억이 나네요.
'신의 태궁'은 위에 서술하였듯 굉장히 독특한 설정을 가진 웹툰입니다. 서천에 있는 '태궁'에는 한 여인이 살고 있는데, 그 여인은 신의 아이를 품고 낳아 기른 후, 인간 세상에 내보냅니다. 그렇게 인간 세상에 내려간 '신의 아이'들은 무당이 될 운명을 타고나, 신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런 '태궁'을 수발하는 여러 도깨비들이 있는데, 이 도깨비들은 본래 태궁과 말을 해서도, 접촉해서 안 되지만 유독 태궁에게 치대는(?) 도깨비가 있습니다. 밥그릇 도깨비입니다. 태궁을 관리하는 할머니도, 촛대도깨비도 태궁에게 접근하지 말라 충고하지만 밥그릇 도깨비는 여러 간식을 만들어주며 태궁에게 계속 다가갑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외로웠던 태궁도 점차 밥그릇 도깨비에게 마음을 열게 됩니다. 하지만 밥그릇 도깨비를 싫어하던 신의 아이가 밥그릇 도깨비에게 누명을 씌우고, 태궁은 그 후 밥그릇 도깨비를 외면합니다.
좌절하던 밥그릇 도깨비는 태궁의 '성주신'이라는 존재에게 태궁에 대한 비밀을 듣습니다. 신의 아이를 품을 때마다 태궁의 영혼은 부서지며, 그 영혼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세상에 흩뿌려진 신의 꽃을 모아 태궁에게 다시 심어주는 방법밖에 없다구요. 그를 위해, 큰 대가를 치뤄야 하지만 밥그릇 도깨비는 자신이 신의 아이로서 태어나, 세상으로 내려가서 태궁을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하려 합니다.
신선하게 비틀어낸 한국 신화
신의 태궁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삼신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해 용왕 아기씨와 명진국아기씨의 삼신이 되기 위한 대결. 결국 꽃씨 키우기 대결에서 명진국아기씨가 승리하여 삼신이 되고, 용왕 아기씨는 저승의 아이들을 키우는 저승할망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꽤 유명한 설화입니다. 신의 태궁은 이 신화를 신선하게 비틀어 섬세한 세계관을 짜냈습니다. 동해 용왕 아기씨인 저승할망이 용이 지배하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밥그릇 도깨비와 거래했다는 것이죠. 명진국 아기씨가 인간에서 신이 되면서, 인간신들이 우세가 되어버린 세상을 경계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용신과 거래하여 태궁을 구하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내려간 밥그릇 도깨비를 두고 인간신과 용신이 서로 대립하는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한편으로 한국의 무속신앙에 대한 아이러니함도 펼쳐집니다. 현대시대에 무속신앙이란 참 신비하면서도 어떤 사람들에겐 괴로운 일이죠. 신은 자신을 모시라며 신병을 앓게 하는데 평범하게 살고픈 신의 아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합니다. 운명을 거부한 아이들에게 신은 가차없습니다. 그렇게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 '밥그릇 도깨비' 또한 신들에 의해 너무도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인간신들이란 존재는 현대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인가 라는, 약간은 철학적인 메세지도 담고 있습니다. 보통 인간들로서는 사실 알 수 없는 세계지만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한 결말
이미 완결난 만화인데, 저는 연재 중 실시간으로 보다가 완결났을 때 너무 급작스럽게 완결되어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폭풍처럼 지나가다 갑자기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는 듯한 결말이었어요. 보다보면 매우 당황스러운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처럼 이후 긴 외전이 이어집니다. '밥그릇 도깨비'와 '태궁', 그리고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윽고 외전이 끝났을 때 모두가 바라던 엔딩이 이루어지며 독자들의 가슴에 오랜 여운이 남습니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체처럼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 '신의 태궁'이었습니다.
https://webtoon.kakao.com/content/신의-태궁/1878
신의 태궁 | 카카오웹툰
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인과 그를 사랑한 도깨비의 이야기! 신들의 궁전인 태궁 그리고 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인인 수영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신의 아이는 장성하여 인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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