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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웹소설

우리들을 바라보는 신의 따뜻한 시선 - 쌍갑포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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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림체의 깊이 있는 이야기

쌍갑포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커뮤니티에서 기구한 여인들의 인생사에 관련된 글을 읽다가 덧글로 추천을 받으면서부터였습니다. 쌍갑포차의 '생굴' 편에 그 기구한 삶이 잘 나타나 있다는 추천사였고, 그렇게 정주행하게 된 쌍갑포차는 단순한 그림체 속에 정말 깊이 있는 우리의 삶을 닮은 진솔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느날 밤 어느 곳에나 갑자기 나타나는 쌍갑포차는 누구나 갑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인도, 손님도 갑인 포차. 손님이 좋아하는 혹은 손님의 추억이 담긴 음식들을 안주로 삼아 그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포차 주인 월주는 꿈의 세계인 '그승'의 지배자입니다. 저승사자들도 그녀의 앞에선 벌벌 떨고, 탄생을 관장하는 삼신할머니조차 그녀에게 뇌물을 바치며 애원을 해야 부탁을 들어줄까 말까 할 정도로 아주 냉철하고 도도한 신입니다.

하지만 월주는 쌍갑포차를 운영하며 많은 이승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한을 풀어줍니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 말과 달리 그 속에선 그들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처럼요.

진상 고객의 행패에 상처를 받은 사회 초년생과, 출생의 비밀을 숨긴 채 함구해온 어머니와 딸, 심지어 자신을 키워준 주인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돌아다니던 길고양이까지 쌍갑포차에만 오면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고 힐링받게 됩니다. 어쩌면 같은 처지를 겪고 있을 독자들까지도 말이죠.

무엇보다 저는 추천받았던 만큼 생굴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어느새인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가부장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가스라이팅 같은 그 악습에 의해 희생된 여인들의 삶을 담담하면서도 사무치도록 서럽게 나타낸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처음 본 추천사처럼, '생굴'편은 반드시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섬세하게 펼쳐지는 근현대사 풍경

쌍갑포차는 붓으로 글을 쓰며 필사하던 조선시대부터 태블릿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현대시대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아우르지만, 보통 제일 많이 나오는 시대적 배경은 6,25 전쟁 전후인 1950~70년대입니다. 한국이 가장 아팠고, 가난하고, 서러웠던 시절이죠. 하지만 그 시절에도 사람들은 살아갔고,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며 연대했습니다. 쌍갑포차는 그 험난한 세상 속에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고 따뜻하게 살아가고자 했던 사람들의 삶을 잘 보여줍니다.

작가님의 만화에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꼭 나와야 될 때는 엄청나게 순화해서 표현됩니다. 피가 파란색으로 그려진다거나, 커다란 손이 악당을 제압한다던가 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어쩌면 유치하고 단순한 연출일 수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쌍갑포차의 특색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이 웹툰의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또 한가지, 쌍갑포차의 에피소드들에는 새드엔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주 슬프고 괴로운 사연을 가진 주인공도 그 시련을 이겨내며 반드시 원하는 것을 쟁취하고 맙니다. 그승의 신 월주는 아주 무섭고 엄하게, 또 냉철하게 손님들을 대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한을 풀어줍니다. 권선징악의 플롯을 따르며 선하게 산 사람은 반드시 보답받고, 악하게 산 사람들은 사정없이 지옥에 떨어지기도 하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줍니다.

 

궁금해지는 작가님의 정체

여태까지 길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 온 쌍갑포차지만, 주인공 월주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그의 과거는 어떠했는지는 정확히 나온 바가 없습니다. 또 주인공 월주의 정체만큼 궁금한 것이 작가님의 정체입니다. 사실 쌍갑포차 속에는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것 같은 스토리가 여러가지 있습니다. 작가님이 직접 겪으셨던 아픔, 혹은 삶의 이야기 같은 스토리가 말이죠. 정말 어떤 삶을 살아오셨기에 이토록 전 세대를 아우르는 깊은 작품을 그려내실 수 있는지 볼때마다 감탄할 따름입니다. 사실 작가님이 월주냐, 삼신할매냐 같은 이야기도 많았던 만큼 독자들의 추측도 재미있습니다.

작가님이 굳이 정체를 알리려 하지 않으셔도 사실 상관은 없습니다. 오래오래 작가님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위안되는 기분이거든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재미있는 작품 연재해주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https://webtoon.kakao.com/content/쌍갑포차/1299

 

쌍갑포차 | 카카오웹툰

예상치 못한 시간, 예상치 못한 장소에 나타나는 쌍갑포차! 쌍갑포차를 운영하는 월주는 과연 누구일까? 쌍갑포차에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감동적인 이야기! 한국 전통 신화 이승과 저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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