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 화장 지워주는 남자

단순한 신데렐라 변신 스토리가 아니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가 처음 선보이던 때, 사람들은 그저 그런 외모지상주의 웹툰일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실망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화장으로 변신하는 혹은 외모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대접이 달라지는 전개의 웹툰은 이미 네이버에 차고 넘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읽어보면,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그저 그런 외모지상주의 비판 웹툰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은 맞지만 그동안 선보였던 웹툰들과는 전혀 다른 전개가 펼쳐집니다.

평범한 대학생인 주인공 예슬은, 누구나 그렇듯 대학만 가면 예뻐져, 살빠져, 남자친구 생겨 라는 말을 믿고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고 나니 왜 꾸미질 않느냐는 잔소리 폭탄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대학만 가면 다 자동으로 될 줄 알고 오로지 공부만 해온 예슬로서는 다들 예뻐지는 것도 과외받았나? 싶어 황당할 뿐이죠. 예뻐지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고, 같은 학과 선배인 승우를 짝사랑하지만 그의 곁에는 교내 퀸카이자 인플루언서인 희원 정도가 되어야 옆에 설수 있겠지 하며 자신을 엑스트라 A에 비유하고 혼자 땅을 파곤 합니다.

그래도 예뻐지고 싶은 열망은 있기에, 용기를 내 메이크업 샵에 찾아갔지만, 성의없는 샵 직원들이 해준 메이크업은 맘에 들지 않고, 화장실에서 직원들이 뒷담화하는 이야기까지 듣게 됩니다. 비참한 기분으로 나온 예슬은 우연히 메이크업 아티스트 '천유성'을 만나게 되고, 마침 메이크업 경진대회에 나갈 예정이었던 천유성은 예슬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평범한' 얼굴이었다며 예슬을 자신의 모델로 스카웃합니다. 그 대가로 무개념 메이크업샵 직원들에게 톡톡히 복수를 해 줍니다.

그렇게 '페이스 오브 신데렐라'라는 메이크업 경진대회에 나가게 된 예슬은 화장을 통해 자신의 특기를 살리며 성장하게 됩니다.

 

주체적인 여성들의 성장

흔히 '여적여'라고 말하는 구도가 있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로, 일상 생활에서도 여성들끼리 갈등이 벌어지면 나오는 이야기지만 보통 이야기에서 여성 라이벌적인 구도가 나오거나 여성 캐릭터들끼리 갈등이 생길 때 보통 주인공은 선하고, 주인공의 라이벌은 악녀가 되는 스토리에서 이런 구도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대결하는 메이크업 대결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웹툰에서 어쩌면 여적여라는 구도는 필연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여성 캐릭터들은 주체적이며, 여성들의 단단한 연대를 보여줍니다. 라이벌 구도로 나올 것 같았던 예슬과 희원은, 우연히 희원에게 약을 먹이려던 선배로부터 예슬이 희원을 구해주면서 친밀감이 형성됩니다. 본의 아니게 예슬은 메이크업 대회에 나가는 자신을 숨기지만, 결국 동경하는 희원과 친해지며 한층 더 성장하게 됩니다.

예슬과 희원 뿐 아니라, 화장 지워주는 남자에선 곳곳에 여성 연대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병으로 인해 살이 찐 전직 모델 친구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색다른 메이크업을 해준 것, 힘겹게 무대에 서는 여성 아이돌을 위한 위안의 메이크업을 선보이는 것 등등... 여적여 구도보다는 훨씬 아름다운 여성들의 유대가 나와서 더 좋은 웹툰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입니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메이크업을 통해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말은 제목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입니다.' 화장을 통해 획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을 똑같이 따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화장은 자기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모두가 같은 얼굴로 살아가고픈 욕망이 투영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지우고 남의 아름다움만 무작정 따라하려 하는 슬픈 현실이죠.

본인의 외모 때문에 고민이 있다면, 외모 때문에 자존감이 낮고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면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꼭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당신도, 나도, 우리도. 모두 아름다워질 수 있으며 본래 그대로도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겁니다.